처음 ChatGPT를 사용할 때 저는 AI를 검색창처럼 생각했습니다. 질문 하나를 입력하면 정답에 가까운 답이 바로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회사 업무에 AI를 적용해 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해외 거래처에 보낼 이메일, 추천서 초안, 계약 관련 문장처럼 실제로 써야 하는 결과물은 첫 답변에서 끝나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방향은 맞아도 길이가 너무 길거나, 표현이 너무 강하거나, 제가 아는 거래 관계의 맥락이 빠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새로운 AI를 찾는 일이 아니라 같은 AI와 한 번 더 대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첫 답을 ‘완성본’이 아니라 ‘초안’으로 봅니다.
1. 처음부터 완벽한 질문을 만들려고 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질문을 길고 정교하게 써야 좋은 답이 나온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먼저 제가 원하는 방향과 배경을 설명하고 초안을 받아봅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보면서 조건을 추가합니다.
예를 들어 실제 업무에서는 “영문 이메일 초안을 작성해줘”라고 시작한 뒤, “조금 더 부드럽게”, “20년 넘게 거래한 관계를 반영해줘”, “WhatsApp으로 보낼 것이니 30% 줄여줘”처럼 후속 지시를 이어갑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한 문장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현실적입니다.
2. AI는 맥락을 줄수록 답이 달라집니다
최근 미국 지인 Mark에게 보낼 추천서 초안을 만들 때도 단순히 “추천서를 써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누구에게 보낼 문서인지, 기존 거래실적 자료를 어떻게 반영할지, 추천서에서 어떤 성과를 강조해야 하는지를 함께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배경을 충분히 주면 AI의 답변은 일반적인 문구에서 벗어나 실제 업무에 가까워집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좋은 답변은 좋은 질문만큼 충분한 맥락(Context)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3. 첫 답변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위 추천서도 첫 초안의 방향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읽어보니 추천서치고는 조금 길어 읽는 사람의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대화를 끝내지 않고 바로 다시 요청했습니다.
“전체 분량을 약 25% 줄이고, 굵은 글씨로 강조한 부분은 일반 서체로 바꿔달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습니다. 아래 두 화면을 나란히 보면 첫 요청과 후속 수정 요청의 차이가 한눈에 보입니다.
두 번째 요청을 거치자 문서는 훨씬 간결해졌고 실제로 상대방에게 보내기 좋은 수준에 가까워졌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AI의 첫 답을 정답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4. 반대편 입장에서 다시 검토하게 합니다
사업 제안서나 계약서를 검토할 때 저는 AI에게 제 편의 의견만 요청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상대방 입장에서 이 제안의 약점을 찾아줘”, “이 문장을 상대방이 부담스럽게 느낄 부분은 없는가?”처럼 반대 관점에서 다시 검토하게 합니다.
이 방법을 쓰면 AI는 단순한 작성 도구가 아니라 가상의 검토자가 됩니다. 특히 해외 파트너에게 보내는 제안이나 중요한 계약 조건을 확인할 때, 제가 놓친 부분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5. 마지막에는 AI에게 다시 정리시키고, 최종 판단은 제가 합니다
대화가 길어지면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논의한 내용을 모두 반영해 최종안을 다시 정리해줘”라고 요청합니다. 그러면 중간에 바꾼 조건들이 하나의 문서로 정돈됩니다.
하지만 AI가 만든 최종안을 그대로 보내지는 않습니다. 거래 관계의 미묘한 분위기, 제 평소 표현 방식, 상대방이 받아들일 인상은 결국 제가 판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AI는 결정을 대신하는 사람이 아니라 제 판단을 더 빠르고 넓게 만들어주는 업무 파트너에 가깝습니다.
제가 AI를 쓰며 얻은 결론
처음에는 좋은 프롬프트를 만드는 것이 AI 활용의 핵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질문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업무에서는 첫 답을 보고 무엇을 다시 물어볼 것인가가 더 중요할 때가 많았습니다.
틀렸으면 틀렸다고 말하고, 부족하면 조건을 더 주고, 너무 길면 줄이고, 다른 관점에서 다시 검토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몇 차례 대화를 이어가면서 결과물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바뀝니다.
70대인 제가 AI를 사용하며 가장 크게 바뀐 습관도 이것입니다. 이제 저는 AI에게 질문 하나를 던지고 기다리지 않습니다. 대화를 계속하면서 제가 원하는 결과에 가까워지도록 만듭니다.
🐯 타이거의 한마디
AI는 정답을 받는 기계보다 함께 수정해 가는 동료로 사용할 때 훨씬 강력했습니다.
